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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테리어 견적 받다가 기운 다 빠진 날

견적서가 다 비슷할 줄 알았지

처음 상업 공간을 꾸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솔직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페인트 칠하고 조명 몇 개 달면 그게 인테리어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업체를 불러서 견적을 받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동네 인테리어 사무소 몇 곳에 전화를 돌려서 대략적인 평당 단가를 물어봤는데,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평당 15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하다가도, 막상 현장 보러 와서는 천장이 높아서 자재가 더 들어간다느니, 전기 배선이 낡아서 다 뜯어고쳐야 한다느니 하면서 가격을 쑥 올렸다. 대략 30평 정도 공간을 보는데 처음 생각했던 예산보다 거의 2천만 원은 더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머리가 아파졌다.

팬암 성수 같은 느낌은 도대체 얼마가 드는 걸까

지나가다 본 팬암 성수 매장 같은 느낌을 내고 싶다고 슬쩍 언급했더니, 인테리어 업자 표정이 묘해졌다. 그런 플래그십 스토어는 디자인 비용만 해도 웬만한 소형 카페 전체 리모델링 비용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니즈디자인랩 같은 곳이 작업한 사례들을 찾아보면서 아, 이게 그냥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수준이 아니라 공간을 기획하는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 자영업자일 뿐이고, 디자인 어워드 수상하는 기업에 맡길 여력은 없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인스타 느낌 나는 카페를 만드는 게 목표인데, 그 타협점을 찾는 과정 자체가 너무 지난한 일이었다.

조명 하나 때문에 며칠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공간 기획이라는 게 결국은 사소한 거 하나하나를 다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다. 조명을 달 건지, 아니면 노출 천장으로 갈 건지, 바닥은 에폭시로 할 건지 타일로 할 건지. 이게 결정 장애가 올 수밖에 없는 게, 사진으로 볼 때는 다 예쁜데 막상 우리 매장에 옮겨놓으면 촌스러워질까 봐 무서운 거다. 어떤 날은 밤새도록 핀터레스트를 뒤지다가 조명 하나 때문에 3시간을 고민했는데, 다음 날 업체 사장님한테 물어보니까 “사장님, 그거 지금 품절이라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세요” 한마디에 그냥 무너졌다. 시간만 버린 느낌이라 허탈하기도 했다.

공사 도중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추가 비용

가장 짜증 났던 건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다. 분명히 계약서에는 이 정도면 다 포함이라고 했는데, 벽을 뜯어보니까 생각보다 안쪽이 엉망이라 보강 공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50만 원, 100만 원씩 야금야금 추가되는 비용을 들으니 이게 내 돈이 아니라 물 빠지는 밑 빠진 독에 붓는 돈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누군가 상업 공간은 오픈 전까지 마음 졸이는 게 일이라고 했던 말이 딱 맞았다. 그냥 빨리 공사 끝나고 간판이나 달았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마감이 엉망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매일 현장에 나가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워 보였다.

결국 적당히 마무리하고 문을 열었다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마음은 점점 흐려졌다. 사실 손님들은 벽에 있는 작은 흠집이나 조명의 각도가 미세하게 다른 건 잘 신경 쓰지도 않는데, 나 혼자만 집착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요아정 같은 프랜차이즈나 깔끔한 디자인의 카페들이 워낙 많아서, 개인 카페는 도대체 무슨 매력으로 손님을 끌어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 인테리어라는 게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게 생각보다 구현하기가 참 어렵다. 돈은 돈대로 썼는데 내가 원했던 그 분위기가 100% 나오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아직도 조금 아쉽긴 하다. 그래도 뭐, 이제는 문 열고 손님 맞이하는 게 우선이니까. 당분간은 이 상태로 그냥 운영해보면서 불편한 점은 하나씩 고쳐나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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