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장 하나 넣는 게 왜 이렇게 큰일인지
아이방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그냥 깔끔하게 벽면 하나를 채우는 붙박이장 하나 넣는 건데 뭐가 그렇게 대수일까 싶었다. 무아인테리어 같은 곳에서 본 깔끔한 사진들만 생각하면서, 적당히 견적 보고 실측하고 문 달면 끝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일단 우리 집이 구축 아파트라 벽 자체가 수직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시공하시는 분이 오셔서 레이저 레벨기를 대보더니 한숨을 푹 쉬시는데, 그때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벽이 살짝 기울어져 있어서 붙박이장을 짜 넣으면 틈새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결국 마감재를 추가해야 한다는데, 그게 또 돈이 더 든다.
좁은 아이방에서의 사투
방이 워낙 좁아서 18평 남짓한 공간에 짐을 밀어 넣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가구를 새로 맞추면서 기존에 쓰던 침대 위치를 옮겨야 했는데, 이게 웬걸. 침대 다리 하나가 마루바닥에 깊게 파여 있었다. 좁은 거실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것처럼 미니멀하게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짐들이 방방마다 쏟아져 나와 발 디딜 틈이 없다. 붙박이장 견적은 대략 12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로 생각했는데, 막상 내부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 시작했다. 서랍을 하나 넣으면 15만 원, 칸막이를 추가하면 또 얼마가 추가되는 식이다. 그냥 기성 가구를 살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나 싶었던 밤
너무 답답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인트 학원이나 실내건축기능사 실기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내가 직접 도면 치고 가구 설계까지 하면 적어도 눈탱이는 안 맞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생각이었다. 국비 지원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봤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6개월은 꼬박 매달려야 하는 과정이더라. 당장 다음 주에 가구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지금 와서 공부를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냥 포기하고 전문가한테 맡기기로 했는데, 상담해 주는 사람마다 말이 조금씩 달라서 골치가 아팠다. 누구는 친환경 자재가 필수라고 하고, 누구는 어차피 아이방이라 문짝 도장 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하고.
결과가 마냥 흡족하지만은 않은 이유
결국 붙박이장 공사는 끝났다. 3일 동안 공사가 이어졌는데, 그 기간 동안 아이랑 거실에서 텐트 치고 잠을 잤다. 완성된 장을 보니 깔끔하긴 하다. 그런데 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이 미묘한 뻑뻑함은 뭘까. 수평이 안 맞아서 문짝이 조금씩 어긋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시공 기사님은 몇 번 사용하다 보면 자리를 잡을 거라는데, 글쎄. 매일 아침 아이가 옷을 꺼내려고 문을 잡아당길 때마다 불안불안하다. 안방 인테리어 새로 할 때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까 싶은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과정이다.
어쩌면 인테리어라는 게 원래 이런 걸지도
의류매장 인테리어처럼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공간을 원했던 게 욕심이었나 싶다. 그냥 살다 보면 긁히고, 틈새 벌어지고, 또 내가 보수하고 그러면서 사는 거겠지. 처음에 견적 받았던 인테리어 사무실 실장님이 ‘완벽한 시공은 없다’고 했을 때 너무 무책임하게 들렸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뼈 있는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붙박이장 안쪽 구성도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비싼 하드웨어를 쓸 필요가 있었나 싶다. 옷걸이 봉 하나면 충분했을 텐데 괜히 서랍을 많이 넣어서 수납만 애매해진 느낌이다. 다음에 다시 한다면 그냥 아주 단순한 구조로 짜고, 나머지는 바구니나 박스로 해결하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일단 그냥 쓰는 중이다. 아주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은 그런 상태로 말이다.

벽이 기울어져서 틈새가 생기는 게 정말 답답하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을 꽤 잘 알 것 같아요.
벽이 한쪽으로 쏠린 거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인테리어 계획도 좀 엉뚱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