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상담만 세 군데 돌다가 지친 이유
목동 근처에서 작은 상가를 하나 얻었는데, 인테리어 견적 받는 게 이렇게 기 빨리는 일인 줄 몰랐다. 처음에는 뭐라도 제대로 해보겠다고 현대백화점 목동점 쪽 부동산 몇 군데 둘러보고,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인테리어 업체들도 몇 번 연락해 봤다. 한 군데는 평당 200만 원은 잡아야 한다고 하고, 다른 곳은 전기 배선이랑 바닥 방수 공사가 생각보다 까다롭다면서 추가 비용을 계속 부르더라. 대충 들어보니 기본 공사만 해도 천만 원 단위가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내가 원하는 느낌은 쏙 빠진 채로 ‘실용적’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게 좀 짜증 났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말하는 ‘실용성’이 그냥 자기들이 작업하기 편한 방식처럼 들렸던 것 같다. 견적서 파일만 몇 번을 주고받다가 결국 진이 다 빠져서, 그냥 내가 발품 팔아서 하나씩 해보자 싶었다.
오목교역 근처 자재상과 셀프의 고충
막상 혼자 시작하려니 막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목교역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공사 현장들을 유심히 보게 됐는데, 저 사람들은 저걸 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싶다. 특히 목동 쪽은 상업 시설이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철거를 시작하면 변수가 너무 많다. 벽지 뜯어내다가 안에 있는 곰팡이 보고 진짜 한숨이 나왔다. 근처 목재소에서 다루끼 몇 단 사서 직접 가벽 세워보려고 했는데, 수직 맞추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처음 알았다. 수평계 들고 씨름하다 보면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싶다가도, 막상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좀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 뿌듯함이 30분을 못 간다는 게 문제다. 드릴질 한 번 잘못해서 나사 머리가 뭉개지면 그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게 된다. 업체 불렀으면 진작 끝났을 시간인데 싶으면서도, 돈 몇 백 아끼자고 내 시간을 다 갈아 넣고 있는 게 맞나 싶다.
보이지 않는 설비 공사의 늪
가장 골치 아픈 건 역시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주방 쪽 방수나 전기 배선은 정말 답이 없다. 업체 사장님들이 강조하던 ‘구배’니 ‘매립 배선’이니 하는 것들이 왜 중요한지는 직접 물 뿌려보고 전등 스위치 올려보면서 깨닫게 됐다. 물이 잘 안 빠지면 바닥을 다시 깨야 하고, 전선 연결 잘못하면 차단기가 내려가니 미칠 노릇이다. 예전에 어디서 봤던 상업 공간 인테리어 글에서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해서 나름대로 유튜브 보며 따라 했는데, 현장 상황은 영상이랑 너무 다르다. 내 건물이 영상보다 훨씬 낡았으니까. 이런 걸 보면 정말 전문가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가도, 막상 그들의 견적서를 다시 보면 그냥 내가 좀 더 고생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용과 시간 사이의 모호한 저울질
벌써 한 달째 주말마다 여기 나와서 끙끙대고 있다. 솔직히 들어간 돈만 따지면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얼마 아끼지도 못한 것 같다. 자재 사러 다니는 기름값, 중간중간 사 먹는 커피 값,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건비를 생각하면 이게 훨씬 비싼 장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공간 구석구석을 내가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나중에 어디서 물이 새거나 전기가 나가면 당황하지 않고 어디를 뜯어야 할지 바로 알 것 같긴 하다. 그런 게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예쁘게 꾸며서 SNS에 올릴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무너지지만 않게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장과 남겨진 숙제
오늘도 한쪽 벽에 페인트칠을 하다가 문득 창밖을 봤다. 오목공원 쪽으로 사람들이 여유롭게 지나가는 걸 보니, 나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더라. 인테리어가 다 끝나면 만족스러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미 마감이 엉망인 부분도 눈에 보이고, 타일 줄눈도 좀 삐뚤빼뚤하다. 다시 뜯어내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기운도 없다.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오픈해야지 싶다. 완벽한 상업 공간을 만들려던 꿈은 애초에 과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머물기 편한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있는데, 막상 작업대 위를 정리하다 보면 또 ‘다음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후회만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내일은 조명 설치인데, 이것도 혼자 하다가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벌써 걱정이다.

다루끼로 가벽을 세우는 거, 정말 멋있네요! 저도 작은 공간을 꾸미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는데, DIY로 하는 것의 한계가 있더라구요.
벽 페인트칠 보면서 오목공원 풍경 보고 생각하는 모습이 딱 이해가 되네요.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는 것, 종종 그런 경험이 있거든요.
주방 방수 때문에 진짜 답답하셨겠네요. 유튜브 영상만 보고 따라하다가 현장 차이 때문에 더 힘드셨다는 게 느껴져서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