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월넛의 무게감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며칠 전부터 거실 한구석이 계속 눈에 밟혔다. 이사 올 때부터 고민했던 월넛 사이드보드 하나를 드디어 들였는데, 막상 놓아두고 보니 기대했던 그 잡지 속 분위기가 전혀 안 나는 거다. 사진으로 볼 때는 참 예뻤던 그 짙은 나무색이 우리 집의 밝은 바닥재랑 만나니까 마치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분명 쇼룸에서 봤을 때는 고급스럽고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는데, 왜 우리 집으로만 오면 이렇게 따로 노는지 모르겠다. 100만 원 조금 넘게 주고 산 가구인데, 괜히 마음이 불편해서 어제는 조명 위치도 바꿔보고, 예전에 쓰던 빈티지한 러그도 깔아봤는데 영 시원찮다. 그냥 내 안목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공간의 톤을 맞추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혼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도장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나 싶은 마음
이런 사소한 불협화음 때문에 요즘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냥 예쁜 집 사진 보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벽지 페인트 칠하는 법부터 꼼꼼히 보게 된다. 어디서 보니까 인테리어 업체 부르기 전에 직접 셀프로 베이스를 싹 다시 잡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 열정이 참 대단해 보인다. 나도 한때는 국비지원 캐드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싶어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도장 자격증이나 시공 관련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가 이걸 취미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그냥 붓질 몇 번 하는 게 아니라, 밑 작업이 거의 전부라는데 나는 당장 지금 있는 가구 배치도 해결을 못 해서 며칠째 끙끙대고 있으니 말이다.
모텔 경매 물건 보면서 딴생각
어젯밤에는 잠이 안 와서 경매 사이트를 구경했다. 이게 참 이상한 심리인데, 막상 내 집 꾸미기가 안 풀리니까 아예 다 뜯어고쳐야 할 것 같은 공간을 찾게 된다. 모텔 경매 나온 물건들을 보면서 저건 어떻게 리모델링해야 할까, 나라면 저 촌스러운 몰딩을 다 뜯어내고 월넛으로 포인트를 주면 어떨까 같은 부질없는 상상을 했다. 사실 지금 사는 집도 전세라 크게 건드릴 수 있는 게 없는데, 남의 공간을 머릿속으로 리모델링하는 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시트지 인테리어 정도겠지만, 그것조차 실패하면 붙박이장 하나를 통째로 망칠 것 같아 선뜻 손이 안 나간다.
공간과 나의 괴리감
결국 월넛 사이드보드 위에 작은 조명을 하나 올렸다. 빌레로이앤보흐 조명 같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인터넷에서 적당히 평 좋은 걸로 10만 원 미만에 구매했다. 불을 켜니까 확실히 가구의 질감이 조금 다르게 보이긴 한다. 낮에는 그렇게 겉돌던 나무색이 저녁 조명 아래서는 꽤 차분해 보인다. 그래도 가끔 이 묵직한 가구가 내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이런 감정이 안 들었던 것 같은데,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부터 집이 편안한 휴식처라기보다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잦아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으면서도, 주말만 되면 또 뭔가를 검색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웃기기도 하다.
일단은 이대로 두고 보기로 했다
결국 오늘 아침에도 사이드보드 위치를 조금 더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어쩌면 공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이 가구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구가 집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내가 이 공간에 이 가구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그냥 이대로 두고 며칠 지내볼 생각이다. 더 이상 뭘 건드리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인테리어라는 게 참, 완벽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오기는 하는 걸까. 일단은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조명 빛에 따라 변하는 벽면의 그림자나 가만히 보고 있어야겠다.

사진으로 봤을 때랑은 정말 달라서 좀 당황스러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전에 어떤 물건이 제 공간에 어울릴지 제대로 예상하기 어려웠던 적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