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채우기 시작한 쓸데없는 물건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니멀리즘을 꿈꿨다. 하얀 벽지에 최소한의 가구만 두고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6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오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뭐라도 좀 걸어두고 싶어서 핀터레스트 같은 디자인 사이트에서 예쁜 그림이나 사진들을 뒤지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사실 거기 나오는 사진들은 그냥 사진일 뿐인데, 그걸 보며 내 방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에서 보낸 주말
방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퇴근 후에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나 구글 이미지 검색을 켜놓고 몇 시간씩 보낸 적이 많다. 무료로 고화질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며 ‘감성적인’ 톤의 사진들을 수십 장씩 모았다.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볼까 싶어 킨코스에 갔는데, 몇 장 뽑지도 않았는데 만 원이 넘게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집에 와서는 다이소에서 산 마스킹 테이프로 벽에 덕지덕지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습기 때문인지 자꾸 떨어져서 며칠에 한 번씩 다시 붙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생활 공간이 좁아지면서 생긴 타협점
방이 좁다 보니 가구 하나를 들이는 것도 일이었다. 코웨이 제로 음식물 처리기 같은 소형 가전 광고를 볼 때마다 ‘내 방에도 이게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싶어 줄자로 계속 재보곤 한다. 실제로 좁은 곳에 가전이 하나 늘어나니 확실히 답답하긴 하다. 쾌적한 주거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정리를 좀 하려고 전문 정리 수납업체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막상 우리 집을 그렇게 바꾸려면 짐을 다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조용히 창을 닫았다. 1.5가구 시대라고들 하지만, 나 같은 1인 가구에게 공간 효율성이라는 건 사실 마음의 여유와 직결되는 문제인 것 같다.
디자인 철학보다는 당장의 편의성
한번은 구로카와 키쇼의 캡슐 타워 같은 사진을 보면서 공간 활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이동식 주거 공간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싶었지만, 현실은 좁은 원룸에서 빨래 건조대를 어디에 둘지 고민하는 게 전부다. 예쁜 캐릭터 굿즈나 피규어를 진열하고 싶어도 먼지 닦는 게 일이라 결국 상자 안에 넣어두고, 대신 벽면에 사진만 잔뜩 붙여놓는 식으로 타협했다. 이게 인테리어인지 아니면 그냥 짐을 늘려놓은 건지 가끔은 헷갈린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어수선함
결국 벽면은 내가 다운로드해서 뽑은 사진들과 일력, 그리고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엽서들로 가득 찼다. 공간은 더 좁아 보이고 관리는 더 힘들어졌지만, 왠지 이걸 다 떼어내면 너무 휑할 것 같아서 선뜻 손이 안 간다. 주말마다 사진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스스로 ‘오늘도 집을 꾸몄다’고 자위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예전의 어수선한 방 그대로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나뿐일까 싶기도 하고, 가끔은 그냥 다 비우고 깔끔하게 사는 게 맞나 싶기도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진들 때문에 더 좁아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되네요.
사진들을 계속 옮겨붙이면서 엽서랑 일력도 montón 들어 있더라고요. 공간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사진들을 프린트해서 붙여놓는 게 습기 때문에 계속 떨어져서 며칠에 한 번씩 다시 붙이는 일상이 된다니, 정말 공감되네요.
사진들 덕분에 주말이 더 풍성하게 느껴지네요. 벽에 붙인 사진들 때문에 공간이 더 좁아진 것도 이해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