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앱으로 다 해결될 줄 알았다
지인들이 다들 인테리어 앱을 쓰길래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운을 받았다. 요즘은 뭐든 앱으로 하면 견적도 투명하게 나오고, 현장 사진까지 다 볼 수 있다니까 왠지 스마트하게 집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7평짜리 작은 원룸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파우더룸처럼 꾸며보고 싶어서 야심 차게 정보를 입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앱에 올려두니 업체들한테서 연락이 오는 방식이더라. 처음에는 친절하게 레이아웃 잡아주겠다는 메시지가 반가웠는데, 하루에 서너 군데서 전화가 오기 시작하니까 슬슬 피로감이 몰려왔다. 특히 어떤 곳은 상담지를 작성하라고 링크를 보내는데, 그 질문들이 너무 많아서 하다가 중간에 창을 닫아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대기업 브랜드 업체도 몇 군데 찍어봤는데, 거기서 부르는 견적은 내 예산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한샘 같은 곳은 당연히 좋겠지만, 7평 공간에 그렇게 큰돈을 쓰는 게 맞나 싶어서 망설여지기만 했다.
발품 파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온라인 상담
차라리 발품을 팔면 내 눈으로 보고 결정이라도 하지, 온라인 견적 문의는 실물이 없어서 그런지 더 막연했다. ‘상주 인테리어’ 검색해서 나오는 업체들 몇 군데에도 직접 메일을 넣고 전화를 해봤다. 확실히 지방이라 그런지 서울 쪽 후기랑은 온도 차가 좀 있었다. 어떤 사장님은 통화 내내 ‘요즘 자재비가 너무 올라서 견적을 내기가 힘들다’는 말씀만 반복하셨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나도 뉴스 보니까 원자재 가격 오른 건 아니까. 그래도 구체적인 숫자가 안 나오니까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어떤 곳은 평당 단가만 툭 던져주고 ‘나중에 현장 봐야 정확하다’고 하는데, 그 ‘나중에’가 사실 가장 불안한 지점이다. 나중에 현장 가서 추가 비용 생기면 그때는 이미 늦은 거 아닌가 싶어서 자꾸만 걱정이 늘었다.
견적서 속의 숫자들이 묘하게 불친절하다
우여곡절 끝에 견적서를 몇 개 받아봤는데, 이게 정말 사람을 더 헷갈리게 만든다. 항목별로 금액이 쪼개져 있기는 한데, 도대체 왜 여기서 100만 원이 차이가 나는지 알 수가 없다. 곰팡이 제거 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가 포함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다시 물어보면 ‘대략적으로 넣은 거라 바뀔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인테리어 감리라도 따로 맡겨야 하나 싶어 찾아봤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작은 7평 공간 고치는데 감리비까지 써야 하나 싶어 또 고민이다. 공사비 할부를 지원해 준다는 곳도 있었는데, 이자가 붙는 구조를 보니까 결국 제값 다 치르는 기분이라 선뜻 손이 안 갔다. 매일 밤마다 인테리어 관련 사이트들을 뒤지며 후기들을 읽어보지만, 다들 ‘업체 잘 만나는 게 복’이라는 말뿐이라 답답함은 해결이 안 된다.
박람회까지 가봤지만 남은 건 팜플렛뿐
답답한 마음에 4월에 열린 건축박람회도 한번 다녀왔다. 상담관에 가면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들은 너무 많고 부스마다 영업하시는 분들 기에 눌려서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했다. 전주한지 같은 특이한 소재들도 보고, 예쁜 타일도 구경은 했는데, 내 7평 원룸에 그런 고급 소재를 쓴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손에 들고 온 건 화려한 팜플렛들과 물티슈 몇 개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다시 견적 사이트를 새로고침했다. 누군가는 ‘그냥 적당한 곳 골라서 믿고 맡기라’고 하지만, 그 ‘믿고 맡기는’ 행위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지금도 업체 몇 곳에서 보낸 견적서가 이메일함에 쌓여 있는데, 이걸 다 뜯어보고 비교할 에너지가 오늘따라 안 난다.
그냥 이대로 살까 싶은 순간들
가끔은 그냥 가구 몇 개 새로 사고 페인트칠만 직접 할까 싶은 마음도 든다. 요즘 다이소나 온라인몰에서 워낙 잘 나오니까 DIY로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막상 벽지 뜯어내고 조명 배선 작업할 거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 제대로 안 해놓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수습이 더 힘들다는 경험자들 말에 또 멈칫하게 되고. 결국 내 인테리어는 시작도 못 하고 머릿속으로만 견적서 수십 장을 작성했다 지웠다 반복 중이다. 인테리어란 게 참 희한하다. 돈이 없으면 시간이라도 들여야 하는데, 돈도 시간도 적당히 써야 하는 상황이라 더 어려운 것 같다. 오늘도 그냥 고민만 하다가 밤이 깊어간다. 내일은 좀 다른 업체들을 찾아봐야 할까, 아니면 그냥 조금 더 돈을 모아서 내년에 할까. 확신이 안 서는 채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앱으로 견적 문의하니까 업체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오히려 피곤해졌네요. 특히 질문도 너무 많아서 다 할 수가 없어서 포기할 때도 많았어요.
벽지 뜯는 것 생각하면 정말 쉽지 않죠,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