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작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처음엔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거실 샷시가 너무 낡아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게 문제였다. 겨울만 되면 창틀 사이에 비닐을 붙여놓고 살았는데,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지겨워진 거다. 그래, 샷시를 교체하자 싶었다. 업체 서너 곳에 견적을 물어보니 무슨 샷시 하나 바꾸는 데 800만 원에서 1,200만 원을 부르더라.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며칠 동안 고민만 했다. 결국 지인이 소개해준 중소 규모 업체에서 700만 원 초반대로 합의를 봤는데,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샷시를 바꾸니 중문이 눈에 들어왔다
샷시를 새 걸로 달아놓으니 거실이 환해진 건 맞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깨끗해진 창문을 보고 있으니 현관 중문이 너무 촌스러워 보이는 거다. 10년 넘게 쓴 갈색 나무 무늬 중문이 갑자기 눈엣가시가 됐다. 원래는 샷시만 하려고 했는데, 업체 사장님께 혹시 중문도 같이 하면 좀 싸게 되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흔쾌히 120만 원을 불렀고, 덜컥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때까지는 인테리어라는 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돈을 잡아먹는 줄 몰랐다.
생각보다 훨씬 지저분했던 공사 현장
공사 당일 아침 8시부터 짐을 다 빼고 비닐 보양 작업을 하는데, 먼지가 정말 끝도 없이 나왔다. 샷시 틀을 뜯어낼 때 콘크리트 가루가 온 거실을 덮었다. 아파트 15층인데 사다리차를 부르는 비용도 생각보다 비쌌다. 30만 원인가 40만 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미리 알아두지 못한 내 탓이지 뭐. 하루 종일 거실에 앉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내가 왜 이 평온한 주말을 반납하고 이 난리를 치고 있나 싶더라. 업체 분들은 점심 먹으러 나가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먼지 닦고 있었다.
마감 처리는 왜 항상 완벽하지 않을까
저녁 늦게 공사가 끝났다. 새 샷시와 중문은 확실히 깔끔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샷시 틀 끝부분 실리콘 처리가 아주 미세하게 울퉁불퉁했다. 중문 레일도 한쪽이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들고. 바로 말하면 될 걸, 왠지 또 공사판을 벌려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참았다. 나중에 사장님께 슬쩍 말했더니 다음에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봐주겠다고 했는데,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와서 다시 전화하기도 좀 그렇고, 그냥 내가 적응해서 쓰고 있다. 이럴 거면 애초에 제대로 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끝이 나지 않는 듯한 작은 불편들
샷시와 중문을 바꾸니 확실히 방음은 좋아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관문 도어클로저가 중문에 살짝 닿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사 전에는 전혀 없던 증상인데, 이게 중문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바뀌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예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한 번 들리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그 소리만 신경 쓰인다. 인테리어라는 게 하나를 바꾸면 다른 문제가 따라오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저번 주말에는 닿는 부분에 스티커 같은 걸 붙여봤는데, 영 보기 흉해서 금방 떼어버렸다. 돈은 돈대로 썼는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이 기분은 대체 언제쯤 사라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