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순진한 생각
작은 공간 하나를 빌려 카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을지로 쪽의 낡은 상가를 구했는데, 이전 세입자가 쓰던 가벽만 털어내면 바로 공사가 시작될 거라 믿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00만 원이라는,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조건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철거를 시작하니 드러나는 모습은 엉망이었다. 천장은 배관이 여기저기 얽혀 있고, 벽체는 습기를 머금어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깔끔한 페인트칠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전문가라는 사람을 불러보니 배선 작업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공사 비용이 예산의 두 배로 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전문가와 비전공자 사이의 묘한 거리감
실내디자인학원 같은 곳을 다녀볼까 고민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은 없었다. 대신 아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현장 소장님과 미팅을 가졌는데, 말투부터가 나와는 달랐다. ‘이런 구조는 상업공간으로서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며 도면을 그려오라고 하셨다. 도면을 직접 그릴 줄 모르는 나는 결국 치수를 재고 종이에 대충 낙서하듯 배치도를 그려 건네주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소장님은 도면이 부정확해서 나중에 바닥 수평이 안 맞으면 큰일 난다고 경고했다. 3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치수를 다시 재고 수정했는데, 결국 현장에서 만난 목수 아저씨는 ‘도면보다 현장 감각이 중요하다’며 내 도면을 구석에 밀어두었다. 왠지 모를 씁쓸함과 허탈함이 몰려왔다.
예산의 한계와 타협의 과정
조명 하나에도 5만 원, 콘센트 위치 이동에 10만 원씩 추가되는 현실이 매일매일 나를 짓눌렀다. 핀터레스트에서 본 근사한 유럽풍 카페를 상상했지만, 지금 내 예산으로는 턱도 없었다. 결국 가구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15만 원짜리 원목 테이블 3개를 구해왔다. 상판을 직접 사포질하고 바니시를 칠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임대료는 나가고 매출은 0원인 상태가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주변에서는 다들 ‘왜 그렇게 힘들게 하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이 공간이 완성되면 어떤 모습일지, 내가 상상한 분위기가 그대로 나올지 막연한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마감재 선택에서 오는 뒤늦은 후회
바닥재를 선택할 때도 고민이 많았다. 데코타일은 저렴하지만 상업공간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싫었다. 결국 조금 더 비용을 들여서 에폭시를 하기로 했는데, 이게 문제였다. 습도가 높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공사하는 날 비가 쏟아졌다. 결과물은 매끄럽지 못했고 얼룩덜룩해졌다. 다시 칠하자니 비용이 수백만 원 더 든다고 해서 그냥 두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자연스러운 멋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지만, 손님들이 보기에 지저분해 보일까 봐 아직도 신경이 쓰인다. 인테리어 학원에서 배운 이론적인 완벽함은 실제 현장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공사 그 이후에 남는 것들
이제 얼추 가게 구색은 갖췄다. 오픈을 앞두고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공사 시작 전보다 더 무겁다. 전기 배선이 잘못되어 가끔씩 조명이 깜빡거리는 걸 발견하는데, 다시 벽을 뜯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답십리의 오래된 상가들을 보면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는 사장님들이 대단해 보인다. 그들은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어떻게 견디며 운영해 온 것일까. 나 역시 이 공간에서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금방 다른 세입자를 구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인테리어는 완성되었지만, 사실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번에 다시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훨씬 더 대충 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완벽하게 맡기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