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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채우려다 밤을 새운 이야기

마음만 앞섰던 벽면 꾸미기

주말 내내 집에만 있다 보니 괜히 거실 벽면이 너무 휑해 보였다. 누렇게 뜬 벽지도 아닌데 왜 그렇게 눈에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그냥 달력 하나 붙이고 말았을 텐데, 요즘은 핀터레스트나 인스타에서 본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래서 무작정 노트북을 켜고 이미지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핀터레스트는 검색 한 번 잘못 누르면 알고리즘 때문에 계속 비슷한 것만 나와서 오히려 더 피곤하다. 그 와중에 언스플래쉬나 픽사베이 같은 무료 사진 사이트들을 기웃거렸는데, 고화질 사진은 많지만 정작 내 방 분위기에 맞는 건 찾기가 참 어렵더라.

고화질 이미지와 저작권의 굴레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예쁜 그림이나 풍경 사진을 몇 개 내려받았다. 근데 이게 해상도가 문제다. 분명 모니터로 볼 때는 선명해 보이는데 막상 출력하려고 보면 화질이 깨지거나 비율이 묘하게 어긋난다. 어떤 건 세로가 길고, 어떤 건 가로가 너무 길어서 액자 프레임에 맞추려니 그림의 핵심이 다 잘려 나간다. 처음에는 핀터레스트나 텀블러에서 적당히 줍다가 나중에 저작권 문제가 마음에 걸려 다시 무료 사이트로 돌아갔는데, 거기서 원하는 느낌의 이미지를 찾는 게 무슨 보물찾기보다 힘들었다. 한 서너 시간 지나니까 눈도 침침하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캐릭터와 감성 사진 사이의 갈등

조금 아기자기하게 꾸며볼까 싶어서 캐릭터 일러스트도 찾아봤다. 요즘 디자인 사이트들 보면 몽글몽글한 느낌의 캐릭터가 참 많은데, 이게 내 거실 벽에 붙으면 너무 유치해 보일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차가운 사진만 붙이자니 방이 삭막해지는 것 같고. 중간 지점을 찾기가 참 어렵다. 결국 2만 원 정도 하는 비용을 들여서 온라인 인쇄 업체에 맡길까 고민하다가도, 막상 출력해서 벽에 붙였는데 생각했던 느낌이 안 나면 그 돈이랑 종이가 다 쓰레기가 될 것 같아서 결정을 못 하겠다. 예전에는 그냥 문구점에서 산 포스터 붙여놓고 살았는데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졌는지.

액자와 출력물 사이의 괴리

결국 집 근처 알파문구에 가서 적당히 두꺼운 종이에 출력해 볼까 하다가도 귀찮아서 관뒀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인테리어 감각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건지도 모른다. 요즘 스마트 가전이니 홈 허브니 해서 집안을 똑똑하게 만드는 게 유행이라는데, 그런 거창한 거 말고 그냥 벽면에 그림 하나 제대로 붙이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어떤 날은 그냥 다 포기하고 아무것도 없는 빈 벽으로 두는 게 제일 깔끔해 보이다가도, 또 다른 날은 뭔가 부족해 보여서 다시 검색창을 켠다.

여전히 미완성인 내 벽

새벽 2시가 넘어가니 이제는 뭐가 예쁜 건지 감도 안 온다. 처음에는 세련된 인테리어를 꿈꿨는데 결국 내 컴퓨터 바탕화면용 이미지들만 잔뜩 다운로드해 놓고는 정작 벽은 그대로다. 다운로드한 파일들은 폴더에 쌓여만 가고, 정작 내가 원하던 ‘분위기 있는 공간’은 그냥 막연한 상상으로 남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이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다음에 또 기분이 바뀌면 다른 이미지를 찾겠지. 이런 식의 반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벽면을 채우려다 밤을 새운 이야기”에 대한 4개의 생각

  1. 캐릭터 일러스트 찾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더라구요. 제 경우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톤앤매너가 전체 분위기와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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