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닝 테이블을 고르면서 겪은 예상치 못한 피로감
결혼하고 나서 가장 고민했던 게 식탁이었다. 그냥 아무거나 사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가구 매장을 몇 군데 돌아보니 선택지가 너무 많더라. 비브릭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포세린 테이블들을 보러 다녔는데, 상판 컬러부터 프레임 마감까지 일일이 골라야 하는 커스터마이즈 방식이 처음에는 신선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살려고 하니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주방 사이즈를 재고, 우리 집 바닥재 색이랑 어울릴지 고민하고, 의자 높이까지 생각하다 보니 이게 가구를 사는 건지 공부를 하는 건지 싶더라. 처음엔 단순히 디자인만 보고 예쁜 거 사면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꽤 피곤한 일이었다.
성수동에서 확인한 인테리어의 온도 차이
주말에 짬을 내서 성수동에 있는 쇼룸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요즘 성수동 팝업스토어나 가구 매장들이 다들 힙하게 꾸며져 있어서 눈요기는 제대로 했다. 어떤 곳은 아예 ‘쇠맛’이 나는 차가운 분위기의 철제 가구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 확실히 멋있긴 하더라. 주얼리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의 집이라던가, 빈티지 가구를 배치해서 스크래치마저 인테리어로 승화시킨다는 식의 공간들을 보니까 내가 너무 기능적인 면에만 집착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 집 주방에 그 차가운 금속 테이블을 둔다고 상상하니 좀 막막했다. 예쁜 것과 내가 사는 공간에 어울리는 건 확실히 다른 문제였다.
비용과 시간의 딜레마
프리미엄 포세린 테이블들은 견적이 최소 200만 원은 훌쩍 넘어가더라. 여기에 프레임까지 커스텀하면 비용은 더 올라갔다. 예산 내에서 해결하려고 저렴한 기성품도 찾아봤는데, 디자인이 뭔가 묘하게 촌스럽거나 마감이 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 기준을 정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돌아와서 늦은 밤까지 온라인 사이트를 뒤지다가 잠을 설쳤다. 인테리어 카페에 들어가서 견적 비교 글들을 읽다 보면, 다들 엄청 꼼꼼하게 따져서 저렴하게 잘 해결했다는데 왜 나만 이렇게 우유부단하게 굴고 있는지 스스로 한심해지기도 했다.
기능 중심의 디자인과 미학 사이
사실 우리 집에 있는 삼성 더 프레임 TV 같은 건 그냥 디자인이 예쁘고 액자 같아서 샀던 건데, 가구는 TV랑은 차원이 다르다. TV는 그냥 벽에 걸면 그만이지만, 식탁은 매일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때로는 노트북도 올려두는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다 보니 내구성이랑 오염 방지도 엄청 신경 쓰게 되더라. 최근에 제품 디자인 관련 기사들을 좀 찾아봤는데, 요즘 나오는 톱날 장비나 자카드 러그 매트 같은 것들도 다들 기능적인 완성도가 엄청 높았다. 나도 그런 실용적인 선택을 하고 싶으면서도, 인스타에서 본 감성 넘치는 홈카페 인테리어는 포기하기 싫어서 계속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
오늘도 또 성수동 근처를 지나가다가 괜찮아 보이는 가구점을 봤는데, 들어가 보려다가 그냥 지나쳤다.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냥 대충 사서 쓰다가 나중에 바꾸자는 생각도 드는데, 막상 또 결제 버튼을 누르려니 망설여진다. 처음엔 즐거울 줄 알았던 내 집 꾸미기가 점점 숙제처럼 느껴지는 게 좀 씁쓸하기도 하다. 이게 다들 겪는 과정인지, 아니면 내가 유난히 결정을 못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길에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나 좀 더 뒤적거리다 잠들 것 같다. 아마 이번 주말에도 결국 식탁 결정은 못 내리고 쇼룸만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오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쇠맛 철제 가구 보니까, 제가 공간에 넣는 기능적인 요소들이 디자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