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히 정리만 하려고 했다
주말 내내 날씨가 오락가락하더니 묘하게 기운이 빠지는 토요일 오후였다. 짐이 너무 많아서 어디 발 하나 딛기도 애매한 이 작은 방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건 순전히 충동이었다. 구축 빌라라 그런지 바닥이 차갑고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신경 쓰여서, 예전부터 사두었던 층간소음매트를 깔기로 했다. 사실 이 매트가 10만 원 중반대였나, 정확한 가격은 기억도 안 나는데 아무튼 꽤 묵직했다. 이게 소음 방지에는 좋다는데, 막상 펴려고 보니 방 모양이 왜 이렇게 비뚤어진 건지 한숨부터 나왔다. 그냥 바닥에 툭 던져두면 끝날 줄 알았는데, 방 구석 모서리가 딱 직각이 아니라서 매트를 일일이 칼로 재단해야 했다. 예전에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자 대고 반듯하게 자르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결과물은 영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바닥이 폭신해지니 발바닥에 닿는 느낌은 훨씬 나았다.
패턴코일매트의 묘한 배신감
바닥을 다 깔고 나니 방 한쪽 구석에 굴러다니던 짐들이 문제였다. 책상 밑에 깔아두었던 패턴코일매트가 문제였다. 이게 원래는 현관용으로 많이 쓰는 건데, 나는 먼지 좀 덜 날리겠다고 방에 깔아뒀었다. 근데 이게 매트를 새로 깔면서 보니까 밑에 먼지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청소기로 밀어도 잘 안 빨려 들어가고, 오히려 코일 사이사이에 머리카락이 꽉 박혀 있어서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내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이걸 왜 깔았나 싶으면서도, 막상 걷어내려니 방 분위기가 너무 휑할 것 같아서 다시 깔까 말까 고민만 수십 번 했다. 결국 다시 깔긴 했는데, 예전만큼 깔끔해 보이지 않아서 괜히 기분만 찜찜해졌다. 아마 다음 주쯤엔 그냥 버리게 될 것 같다.
좁은 공간에서 가구 배치의 한계
방이 좁다는 걸 매번 느끼면서도 가구를 옮길 때마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책상을 창가 쪽으로 붙이면 빛이 들어와서 좋은데, 그러면 문이 다 안 열린다. 이게 빌라의 비애인가 싶기도 하고. 33평 아파트 같은 넓은 집에서 인테리어 사진들 보면 다들 여유로워 보이던데, 여기는 그냥 테트리스 하듯이 가구를 끼워 맞춰야 한다. 침대를 넣을 공간이 안 나와서 결국 접이식 매트리스를 샀는데, 낮에는 접어두고 밤에만 펴는 것도 이제는 좀 귀찮아졌다. 사실 이것도 처음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는데, 지금은 그냥 펼쳐진 채로 방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큰 침대를 살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건축 설계 비용을 고민했던 멍청한 생각
사실 인테리어 손대기 전에 괜히 집 구조를 확 바꿔볼까 하는 생각에 건축사무소에 전화해서 대략적인 비용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치였다. 고작 3평 남짓한 방 하나 고치겠다고 상담을 받으려 했다니. 견적 듣고 바로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그때 내 스스로가 좀 우습기도 하고 현실을 너무 몰랐나 싶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결국 전문가의 손길은커녕 동네 철물점에서 사 온 실리콘 하나랑 줄자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그래도 벽지나 장판을 새로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셀프로 조금씩 보수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단 멈췄다. 돈 들이면 끝도 없고, 사실 이 집이 내 것도 아닌데 너무 무리할 필요가 있나 싶다.
마무리되지 않은 방 구석의 미련
결국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대충 정리가 끝났다. 매트는 울퉁불퉁하게 잘렸고, 코일 매트 밑 먼지는 완벽하게 제거하지도 못했다. 방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몸만 녹초가 됐다. 작은 방 하나 비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어제는 물건을 다 버리고 미니멀하게 살아야지 다짐했는데, 막상 비우려고 하면 나중에 쓸 것 같아서 다시 구석에 처박아두게 된다. 지금도 방 한구석에 있는 박스 하나가 계속 눈에 밟힌다. 저걸 버릴지 말지, 아니면 아예 다른 방으로 옮길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그냥 두었다. 오늘 밤은 일단 이대로 누워서 쉬고 싶은데, 매트가 비뚤어진 곳이 자꾸 신경 쓰여서 잠이 잘 올지 모르겠다. 다음 주말에는 정말로 저 구석 박스를 정리할 수 있을까.

저 매트 때문에 정말 공감했어요. 먼지 제거하려다 더 난리 났던 경험이 있거든요. 공간이 좁을수록 뭔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층간소음매트 펴려고 칼로 자르는 모습, 정말 힘들었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번거로움이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