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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팝업스토어 한번 해보겠다고 집기 빌리다 지친 이야기

시작은 그저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다들 SNS에서 보는 그 화려한 사진들을 보며 나도 한 번쯤은 이런 공간을 채워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전시 기획이나 마케팅 쪽 일을 조금씩 건드려보긴 했지만, 막상 내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물건을 나르고 집기를 배치하려니 시작부터 막막함이 밀려왔다. 홍대 공간대여 사이트를 뒤져보기도 하고, 팝업스토어 대행사를 알아보다가 견적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져 그냥 내가 발품을 팔기로 했다. 이게 고생의 시작인 줄은 그때는 몰랐다.

가구 렌탈 업체와 실랑이하며 보낸 시간들

팝업스토어는 딱 일주일만 열 계획이었다. 고작 7일인데 가구를 다 살 수는 없으니 가구 렌탈 업체를 찾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세련된 철제 선반이나 원목 테이블은 대여료가 생각보다 비쌌다. 심지어 팝업 집기만 전문으로 하는 곳들은 물류 대행비까지 추가로 청구했다. 경기도 외곽 창고에서 강남까지 이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가구 렌탈비보다 더 비싸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결국 아는 사람 소개로 저렴한 집기 렌탈 업체를 겨우 찾았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한 물건들은 생각보다 낡고 삐걱거렸다. 긁힌 자국들을 보며 며칠 동안 마음 졸였다. 이게 사진으로는 티가 안 나야 할 텐데 하는 걱정만 계속했다.

물류 대행의 늪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

팝업스토어 운영을 위해 물류 대행까지 맡겨봤는데, 이게 의외로 골칫거리였다. 판매할 제품들을 미리 창고로 보내고 현장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게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물류 업체 쪽이랑 소통이 계속 엇갈렸다. 팝업 시작 전날 밤,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들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할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겨우 몇 개의 박스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지치는데 말이다. 강남의 그 좁은 골목에 트럭을 대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주차 단속이 나올까 봐 조마조마하며 물건을 내리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손에 땀이 난다.

매대 배치와 조명의 지독한 상관관계

현장에 들어가서 제일 힘들었던 건 조명이었다. 대여한 집기는 예쁜데 막상 공간에 배치하니 구석진 곳이 너무 어두웠다. 조명을 추가로 설치하자니 전력 용량이 문제가 됐다. 홍대 쪽 카페를 빌릴 때도 느꼈지만, 전력 문제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급하게 근처 철물점을 뒤져 연장선을 사 오고, 조명 각도를 조절하느라 팝업 오픈 전날 새벽 3시까지 씨름했다. 내가 인테리어 전문가도 아닌데 왜 이걸 직접 하고 있나 싶어 현타가 제대로 왔다. 사진 한 장 건지겠다고 이 난리를 치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비용과 노력 사이에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

결국 일주일간의 팝업은 끝났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통장을 열어보니 렌탈비, 물류 대행비, 공간 대여비, 인건비까지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온라인 판매 대행을 병행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현장 판매만 의존했으면 적자였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들으니 요즘은 팝업 전용으로 집기 대여와 배치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곳들도 많다는데, 처음부터 그런 곳을 쓸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애초에 이런 오프라인 행사를 너무 가볍게 본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마 당분간은 조용히 온라인에서만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 그때 찍어둔 사진을 보면 또 뭔가 그럴듯해 보여서 기분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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