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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페인트 벗겨지는 걸 보고 그냥 덧칠만 하려던 내가 바보였지

처음엔 단순히 낡아서 그런 줄 알았다

지하철역 근처에 작은 작업실 겸 스튜디오로 쓰려고 15년쯤 된 상가를 하나 계약했다. 평당 임대료가 요즘 시세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이었는데, 역시 싼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건 천장이었다. 하얀 페인트가 여기저기 뱀 껍질처럼 벗겨져서 가루가 폴폴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오래돼서 노후된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동네 철물점에서 수성 페인트 한 통이랑 롤러, 마스킹 테이프를 사 왔다. 대충 10만 원도 안 썼던 것 같다. 쓱쓱 바르면 금방 깔끔해질 거라는 아주 단순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게 끝나질 않았다.

롤러를 굴릴수록 의심이 깊어졌다

주말 이틀을 꼬박 투자해서 페인트를 발랐다. 처음에는 덧칠하니까 얼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가보니 어제 칠한 페인트가 들떠 있었다. 마치 공기 방울이 맺힌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말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칼로 그 부분을 긁어냈는데, 페인트 조각 아래쪽 벽면이 축축했다. 물기가 있다는 건 누수가 있다는 소리인데, 위층은 그냥 상가 사무실이라 물 쓸 일이 별로 없을 텐데 싶었다. 천장 슬라브에서 수분이 계속 배어 나오고 있었던 거다. 인터넷 카페에 사진을 올렸더니 전문가들이 ‘슬라브에 수분이 올라오는 거라 덮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달아줬다. 덜컥 겁이 났다.

업체 불러서 견적 들으니 기운이 빠진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며칠을 끙끙대다가 결국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했다. 사진만 보더니 바로 오시더라.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천장을 다 뜯어내고 방수 처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예산이 대충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처음엔 그냥 페인트 비용 10만 원만 생각했던 나로서는 머리가 멍해졌다. 사실 이 돈이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석고보드를 덧대서 천장을 새로 치는 게 빠를 것 같기도 했다. 근데 또 위층이랑 조율해야 한다니 골치가 아프다.

도시 개발 뉴스보다 내 천장이 더 문제다

뉴스에선 용산이니 안양이니 하면서 대규모로 도시를 재생하고 철도를 지하화하네 어쩌네 하는데, 당장 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페인트 가루를 보니 그게 다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큰 건물들 짓고 상업시설 재편하는 거창한 계획도 결국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어제는 작업실 문을 열어놓고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그냥 나왔다. 곰팡이 냄새가 섞인 습한 공기가 코끝을 찌르는데, 뭘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임대인한테 말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참고 살아야 할지 고민만 쌓인다.

해결이 안 된 채로 일주일이 지났다

결국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페인트칠은 다 벗겨져서 너덜거리고, 바닥엔 하얀 가루만 쌓여간다. 위층 사장님이랑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본인들은 물 쓴 적이 없다고 하니 더 난감하다. 아마도 건물 자체가 노후돼서 외벽에서 스며드는 걸 수도 있고, 배관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걸 밝히려면 또 큰 공사를 해야 한다. 예산은 한정적이고, 이 공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제습기라도 하나 가져다 놓아야 하나 싶다. 제습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물기라도 없애고 싶은 마음이다.

“천장 페인트 벗겨지는 걸 보고 그냥 덧칠만 하려던 내가 바보였지”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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