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계에서 5년 정도 근무하다가 문득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껴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로 눈을 돌리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저 역시 30대 중반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이 바닥에 발을 들였기에 그 막막함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내인테리어자격증’이나 ‘오토캐드2급’ 같은 자격증 하나 땄다고 인생이 확 바뀌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격증이 실무의 전부인가?
많은 분들이 ATC자격증이나 오토캐드 자격증을 따면 당장 설계 사무소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3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며 수백만 원의 수강료를 쓰고, 밤을 새워 도면을 쳤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가보니, 예쁘게 출력된 도면보다 ‘현장에서 목수 반장님과 대화가 통하는지’, ‘마감재의 단가를 즉석에서 계산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이 점이 많은 사람들이 입문 단계에서 가장 크게 착각하는 부분입니다. 자격증은 최소한의 ‘언어’를 익히는 과정일 뿐, 그게 곧 실력을 보증하진 않더라고요.
시행착오와 기대의 괴리
제가 처음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가장 당황했던 건 ‘인테리어견적프로그램’을 다룰 때였습니다. 학원에서 배운 정석적인 방식과 실제 현장에서 쓰는 방식은 달랐거든요. 현장은 늘 변수가 넘칩니다. 설계 도면대로 자재를 발주했는데, 물량이 부족해 급하게 다른 업체 것을 공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예상했던 비용보다 15% 정도 예산이 초과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오늘의집 3D 인테리어’ 툴로 가볍게 구상하는 것과, 실제 사옥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완벽한 조감도를 만들면 공사가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조감도 업체에 맡긴 그림과 실제 완공물의 퀄리티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업계 선택의 트레이드오프
인테리어 회사를 고를 때도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인테리어 회사 순위만 보고 무작정 지원하는 건 위험합니다. 대형 설계 사무소는 체계적이지만 단순 반복 업무에 치일 가능성이 높고,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는 연봉은 낮지만 실무를 배울 기회는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장의 연봉보다는 2년 정도는 ‘고생해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현장 경험이 많은 곳을 택하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이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저처럼 디자인 감각은 부족한데 엑셀 정리나 공정 관리에는 소질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죽어도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본인의 성향과 업계의 업무 강도를 저울질해봐야 합니다.
이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인테리어 업계는 워라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이 길을 선택하신다면,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패션에서 인테리어로 넘어오면서 느낀 건, 여기도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변덕과 빡빡한 공기와의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제 조언이 도움이 될 겁니다:
– 현장에서 먼지 마시며 소통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분
– 엑셀과 견적서 작업을 꼼꼼히 할 수 있는 분
–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안을 찾는 걸 즐기는 분
반대로,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만 하고 싶고 현장 소음이나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를 견디기 힘든 분들은 다른 길을 찾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장 학원에 등록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인테리어 현장 소장님이나 실무자를 만나 한 시간만이라도 대화를 나눠보세요. 화려한 결과물 뒷면에 숨겨진 ‘현실적인 고충’을 직접 듣는 것이 수백만 원짜리 수강료보다 가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가 드리는 이 조언조차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항상 기억하세요.

엑셀 실력도 중요하네요! 제가 엑셀 정말 못하는데, 그래도 디자인에 필요한 데이터 정리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