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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전에 빌라 외벽 보수공사 하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쌓인 이야기

외벽 어딘가에서 물이 스며들어 방바닥이 젖기 시작했을 때

작년 늦봄 즈음이었나, 유독 비가 며칠 내리던 주간에 안방 구석 벽지가 묘하게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검색창에 아파트화장실천장누수 사례 같은 것들을 검색해 보면서 위층 화장실 배관 문제인가 의심했었다. 위층에 직접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배수관 주변에 혹시 물기가 비치는지 봐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도 해봤는데, 그 집 욕실 바닥이나 배관 쪽은 아무리 뜯어봐도 말라 있어서 허탈했다. 결국 우리 집 창틀 근처 외벽 틈새로 빗물이 치고 들어오는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아니라 이런 애매한 빌라에 살다 보니 물이 새기 시작할 때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참 난감해진다. 빗물이 벽을 타고 들어와 안쪽 시멘트를 조금씩 적시더니, 실내 벽지까지 얼룩덜룩하게 올라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환기가 안 돼서 결로가 생겼겠거니 하고 방치했던 게 화근이었다. 벽지를 살짝 뜯어보니 이미 안쪽 시멘트에는 검은 곰팡이가 슬슬 피어오르고 있었고,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공동 비용으로 외벽 보수를 진행하면서 겪은 주민들과의 조율 과정

대단지 아파트처럼 관리사무소가 알아서 업체를 선정하고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조용히 해결해 주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모든 과정이 참 껄끄러웠다. 누수 지점이 우리 집이 위치한 4층 외벽 쪽이라 결국 건물 전체 공용 부분의 문제로 다뤄야 하는데, 1층이나 2층 주민들은 당장 자기 집 안으로 물이 새지 않으니 비용을 나누는 것에 미온적이었다. 빌라나 아파트누수책임 범위에 관한 판례나 규정 같은 걸 인터넷으로 찾아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리기도 하고, 퇴근길에 반상회처럼 모여서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공기는 차갑기만 했다. 결국 몇 군데에서 견적을 받아온 뒤에야 대화가 풀리기 시작했다. 전체 외벽 균열 보수와 코킹을 하는 데 견적이 320만 원 정도로 나왔고, 이걸 가구당 똑같이 나눠서 약 80만 원씩 부담하기로 합의를 보기까지 거의 3주라는 시간이 낭비됐다. 그 와중에 비는 두 번이나 더 내렸고, 나는 안방 구석에 수건을 겹겹이 받쳐두며 속을 태워야 했다.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도 누군가는 카드값이 밀렸다며 다음 달에 입금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공사는 또 지연되었다.

균열을 메우기 위해 선택한 변성 우레탄실리콘의 특성과 차이점

업체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동네 철물점 사장님이 아는 사람에게 대충 맡기자는 의견부터 전문 면허가 있는 타일시공업체 불러서 제대로 하자는 의견까지 갈렸다. 수소문 끝에 외벽 보수와 방수를 전문으로 한다는 업체를 불러 벽 상태를 보여줬다. 작업자는 외벽을 보더니 일반 실리콘으로 때우면 자외선 때문에 금방 굳어서 갈라진다고 했다. 햇빛을 직접 받는 외벽에는 일반 창틀용 실리콘보다 신축성이 좋고 페인트 칠도 가능한 변성 우레탄실리콘을 사용해야 그나마 오래 버틴다는 설명이었다. 재료 단가가 좀 더 높아서 전체 공사비가 그냥 실리콘 쏠 때보다 몇십만 원 더 비싸지긴 했지만, 이왕 스카이차 부르고 사람 쓰는 거 한 번에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다들 동의했다. 사실 우레탄실리콘이 얼마나 갈지는 나도 겪어보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업자의 말을 믿고 이 피곤한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좁은 골목길에 스카이 크레인을 세우며 지체된 공사 일정

공사 당일이 되었지만 일산 백석동 빌라촌의 좁은 골목길 특성상 작업차량을 대는 것부터가 엄청난 골칫거리였다. 아침 일찍 거대한 스카이 크레인 차량이 들어왔는데, 맞은편 빌라 주차 라인에 차를 대놓은 이웃들이 전화를 받지 않아 차를 빼내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게다가 크레인이 길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지지대를 뻗으니 골목길이 꽉 막혀버렸다. 뒤이어 들어오는 택배 차량이나 출근하는 주민들의 차가 지나갈 때마다 작업을 멈추고 크레인을 접어 길을 비켜주는 일이 반복됐다.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건물외벽보수 작업과 일부 깨진 타일보수공사는 그렇게 어수선하게 지체되며 결국 3일에 걸쳐 띄엄띄엄 진행되었다. 다행히 장비 대여 시간 초과로 인한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3일 내내 들리는 기계 소음과 골목 통행 문제로 주변 이웃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타코플렉스 외벽 위에 덧바른 실리콘 자국이 남긴 시각적 아쉬움

우리 빌라는 예전에 전체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외벽을 스타코플렉스시공으로 마감한 건물이었다. 특유의 거칠고 일정한 엠보싱 질감이 매력적인 외장재인데, 균열이 생긴 자리마다 회색 우레탄실리콘을 넓게 펴 발라 놓으니 공사가 끝나고 먼발치서 봤을 때 건물이 누더기처럼 변해 있었다. 작업자는 누수를 확실히 잡으려면 균열 주변까지 넓게 덮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 위에 원래 외벽 색상과 맞는 페인트를 덧칠해야 티가 안 난다는데, 이미 예산 조율 과정에서 다들 돈을 아끼자고 페인트 공정은 제외해 버린 터라 그냥 그 상태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봐도 거뭇거뭇한 띠를 두른 것처럼 외벽이 지저분해 보여서, 외출할 때나 집에 들어올 때마다 자꾸 그 땜질 자국이 눈에 밟히고 신경이 쓰인다. 기능적인 방수가 먼저라지만 건물의 외관이 이렇게 망가질 줄 알았다면 마감 방식에 대해 더 꼼꼼히 물어봤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큰돈을 쓰고도 다음 장마철이 다가올 때마다 생기는 불안감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마친 지 몇 달이 지났고, 다행히 그 이후로 쏟아진 몇 차례의 거센 소나기에도 안방 구석 벽지가 다시 축축해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찜찜하다. 혹시라도 콘크리트 틈새 깊숙이 스며들었던 예전 물기가 덜 말라서 안쪽에서 썩어가고 있는 건 아닐지, 혹은 다가오는 겨울철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발라놓은 실리콘이 다시 외벽에서 떨어져 나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비 예보가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강수량을 확인하며 창틀 주변을 손으로 만져보는 버릇이 생겼다. 백 퍼센트 완벽한 방수는 없으니 몇 년 주기로 계속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업자의 덤덤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이웃들과 피곤한 조율을 거치며 끝낸 일인데도 시원한 기분보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듯한 미적지근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장마철 전에 빌라 외벽 보수공사 하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쌓인 이야기”에 대한 3개의 생각

  1. 스타코플렉스 시공 때문에 생긴 균열 보수 과정이 정말 답답하겠네요. 엠보싱 질감이 매력적이라고 하던데, 그게 망가진 모습 상상하니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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