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터레스트를 켜놓고 후회한 오후
거실 벽이 너무 휑해서 뭐라도 좀 붙여볼까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예쁜 그림’이라고 네이버에 검색을 했는데, 결과가 너무 뻔했다. 인스타그램 감성 사진, 꽃 사진, 혹은 어디서 본 듯한 북유럽 풍의 추상화들. 다들 똑같은 것만 올리는 것 같아서 조금 더 특별한 걸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해외 디자인 사이트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핀터레스트는 역시나 개미지옥이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진 하나를 누르면 아래에 비슷한 스타일의 사진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결국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인 경우가 많았다. 사진 다운로드를 하려고 해도 해상도가 낮거나 유료 멤버십을 가입하라는 팝업이 뜨니 괜히 진이 빠졌다. 처음에 가볍게 생각했던 일이 점점 숙제가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분명 내가 원하는 분위기는 이게 아닌데, 검색창만 들락날락하다 보니 눈만 침침해졌다.
저작권과 해상도 사이의 딜레마
한두 시간쯤 지나니까 이제는 이미지 검색하는 게 공부가 되어버렸다. 그냥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것 중에는 내 눈에 차는 게 없고, 좀 마음에 든다 싶으면 저작권이 걸려 있다. 개인이 소장용으로 뽑는 건 괜찮다지만, 왠지 마음이 찜찜해서 찝찝한 상태로 폴더만 가득 채웠다. 예전에는 그냥 문구점에서 파는 포스터 아무거나 사서 붙였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지 모르겠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찾으려고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필터링해봐도, 픽셀이 깨져 보이는 사진이 태반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은은한 질감이 느껴지는 사진인데, 검색 결과에는 선명한 그래픽 캐릭터들이나 화려한 풍경 사진들만 가득해서 한숨이 나왔다. 그냥 돈 주고 적당한 액자를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비용 대비 효율을 생각하다가 포기할 뻔
그림 하나 뽑아서 액자에 넣는 비용이 대충 2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다. 그런데 이미지를 찾느라 들인 시간과 에너지는 돈으로 환산하면 훨씬 더 컸다. 차라리 다이소에서 파는 그림을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냥 갤러리 앱에 있는 거 대충 뽑을까?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 며칠 전부터 봐둔 사이트가 하나 있는데, 거기는 한 장당 약 5천 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고화질을 제공했다. 5천 원이면 커피 한 잔 값인데, 굳이 이 돈을 내고 이미지를 사야 하나 싶어서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몇 번을 망설였다. 내가 지금 하는 게 인테리어인지, 아니면 이미지 저장 창고를 만드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결국 그날은 아무것도 출력하지 못하고 껐다.
결국 돌고 돌아 단순한 게 최고인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왜 이렇게 완벽한 그림을 찾으려고 애썼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흰 벽이 덜 심심하기만 하면 되는데, 너무 남들 눈을 의식해서 좋은 사진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냥 집 근처 작은 전시회에서 산 엽서 몇 장을 마스킹 테이프로 벽에 붙여두었다. 사진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그 화려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들보다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물론 엽서라서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고른 느낌이라서 나쁘지 않다. 그때 그 시간들이 다 낭비였나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 만족을 하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었겠지 싶다. 나중에 또 벽이 지겨워지면 그때는 더 쉬운 방법을 찾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달 뒤에 또 다른 그림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핀터레스트는 정말 시간 도둑이네요. 저는 비슷한 경험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그냥 제 눈에 맞는 색깔의 종이를 붙였어요.
흰 벽이 심심하지 않게 하는 게 쉽지 않네요. 엽서 붙여놓은 거 보니, 저도 잠깐씩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해봐야겠어요.
핀터레스트는 정말 시간 도둑이네요. 저는 비슷한 사진 찾을 때 캔버스 사이즈로 다운로드 받아서 직접 프린트해서 활용하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