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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서를 받아보고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처음엔 그냥 거실 벽지랑 낡은 조명 정도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유튜브에서 본 기은세 씨 집처럼 뭐 대단한 가구를 들일 것도 아니고, 그냥 칙칙한 느낌만 좀 지우고 싶었던 건데 이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처음 상담을 받은 사무실 인테리어 업체는 동네에서 꽤 오래된 곳이었는데, 사무실 안에 전산응용건축제도 자격증인지 뭔지 상장이 잔뜩 붙어있어서 일단 믿음은 갔다. 그런데 막상 견적서를 받아보니 이게 내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만 하고 싶다고 했는데, 뜯어보고 나니 밑작업 비용만 수백만 원이 추가된다는 식이다. 월넛 인테리어 포인트도 한두 곳 넣고 싶었는데, 막상 상담을 하다 보니 이건 옵션이 아니라 거의 새로 짓는 수준의 공사비가 나오더라.

견적서 속 알 수 없는 항목들의 압박

인테리어 견적서를 받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봐도 봐도 모르는 항목이 너무 많다. ‘목공 공사비’가 왜 이렇게 비싼지, 인건비는 대체 어떻게 책정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이라도 따서 직접 칠해버릴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더라. 동네 학원을 검색해 봤는데 수강료가 대략 40만 원에서 60만 원대였다. 이걸 배워서 직접 하면 돈을 아낄까 싶었지만, 주변에서 다들 ‘몸 상하고 시간 버린다’며 뜯어말렸다. 결국 그냥 돈을 쓰고 맡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다다랐는데, 그 뒤로도 계속 찜찜함이 남았다. 내가 정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건지, 아니면 호구 잡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까.

대기업 브랜드는 뭔가 다를까 싶어서

한샘 같은 큰 곳은 어떤가 싶어서 팝업스토어도 기웃거려봤다. 확실히 디자인은 세련됐다.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마감이 눈에 보이니까 마음이 흔들리긴 하더라. 대기업에서 하는 시스템은 체계적이라 나중에 하자 보수 걱정은 덜하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견적을 뽑아보니 개인 사업자보다는 훨씬 비싸다. 40평대 아파트 올수리를 생각하면 거의 중형차 한 대 값은 그냥 나가는 수준이었다. 이게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브랜드 값이 포함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 용인 수지 쪽 지인이 인테리어 업체 추천해 준 곳도 연락해 봤는데, 사장님이 젊고 성실하다는 평은 좋았지만 일정이 안 맞아서 결국 무산됐다. 이런 소소한 불운들이 겹치니 그냥 지금 사는 대로 살까 하는 마음도 자꾸 생긴다.

월넛 포인트와 화이트의 미묘한 갈등

내 머릿속의 로망은 밝은 화이트 톤에 월넛 가구 하나 딱 두는 거였는데, 인테리어 실장님은 자꾸 무조건 밝은 톤으로 전체를 가야 넓어 보인다고 설득한다. 전문가 말은 들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내 집인데 내 취향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 마음이 불편하다. 인테리어라는 게 단순히 예쁜 사진을 가져다 붙이는 게 아니라, 철거부터 시작해서 배선, 조명, 도배까지 전부 다 맞물려 돌아가는 거라 한 번 정하면 바꾸기도 어렵다.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도 이게 맞는 건지 의심이 든다. 요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게 제일 편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제쯤 공사가 끝날지 막막함

결국 공사를 진행하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기간을 들으니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단다. 그동안 짐은 다 어디다 두고, 우리는 어디서 자야 하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도 안 세워진 상태다. 막연하게 ‘예뻐지겠지’라는 기대만 가지고 시작하기엔 고려할 게 너무 많다. 비용은 이미 예산을 초과했고, 자재 하나를 골라도 이게 나중에 변색되지는 않을지, 실용성은 어떨지 사소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림 전시회장처럼 멋진 집을 꿈꿨는데, 현실은 그냥 먼지 구덩이 속에서 고민만 늘어가는 중이다. 공사가 끝나면 이 고민들이 다 해결될까, 아니면 또 다른 불편함이 생길까. 잘 모르겠다. 일단 시작은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싶지만, 밤마다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는 내 모습이 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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