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벽이 너무 허전해서 시작한 일
이사 온 지 벌써 반년이 넘었는데, 거실 소파 뒤편 벽면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얀 벽지를 그대로 두자니 너무 휑하고, 그렇다고 비싼 그림을 사자니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고화질 이미지를 사서 직접 액자를 만드는 거였다. 처음에는 셔터스톡이나 어도비 스톡 같은 사이트에서 적당히 분위기 있는 사진을 골라볼까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복잡했다. 저작권 문제도 그렇고, 막상 마음에 드는 고해상도 파일을 다운로드하려면 1장에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나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미지 사이트와 무료 사진의 함정
무료 이미지 사이트인 언스플래시나 픽사베이도 기웃거려봤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대형 액자로 뽑으려면 해상도가 정말 좋아야 하는데, 무료로 올라온 사진들은 확대해보면 미세하게 노이즈가 섞여 있거나 질감이 뭉개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 정말 괜찮은 3D 렌더링 이미지나 감각적인 접사 사진을 발견해도,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따지는 게 피곤했다. 그냥 개인적인 거실 인테리어용인데도 괜히 찜찜한 기분이랄까. 결국 몇 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 스크롤만 올렸다 내렸다 했다.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AI 이미지 생성기에 손을 대봤는데
요즘 다들 AI로 그림을 만든다기에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을 좀 만져봤다. 프롬프트를 이것저것 넣어보며 거실에 어울릴 만한 ‘미니멀한 추상화’를 뽑아보려고 했다. 이게 처음에는 신기해서 재밌는데, 막상 딱 마음에 드는 구도와 색감을 맞추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한 다섯 번 정도 생성하고 나니 ‘입체 사진’ 느낌은 나는데 어딘가 모르게 기괴한 부분이 보였다. 사람 손가락이 여섯 개거나, 빛이 들어오는 방향이 묘하게 이상한 식이었다. 결국 거실에 걸어두고 매일 볼 생각을 하니 이런 부자연스러움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AI가 만든 50만 원대 갤러시 스마트폰의 보정 기술만큼 정교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출력과 액자 프레임의 간극
결국 그냥 예전에 해외 여행지에서 직접 찍었던 풍경 사진을 고르기로 했다. 파일은 5MB 정도로 꽤 컸는데, 인쇄소에 맡기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종이 재질을 광택으로 할지 무광으로 할지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대형 출력소에 문의하니 출력비만 2만 원대인데, 여기에 액자 프레임을 주문 제작하려고 보니 배송비 포함해서 거의 8만 원이 훌쩍 넘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다. 그냥 기성품으로 파는 3만 원짜리 액자를 살 걸 그랬나 싶다가도, 이미 고생한 시간이 아까워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완성은 했는데 어딘가 묘하다
주말에 액자가 도착해서 벽에 걸어두었다. 직접 고르고 편집해서 그런지 애착은 가는데, 벽에 걸고 보니 사진 속의 명암 대비가 생각보다 강하다. 모니터에서 봤을 때랑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거실의 은은한 조명 아래서는 사진 속 풍경이 너무 튀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밤에 불을 끄고 거실에 앉아 있으면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진다. 분명 내 선택이었는데 왜 이렇게 어색할까. 며칠 더 두고 보면 익숙해질지, 아니면 다시 떼어내고 다른 걸 찾아볼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분명 깔끔한 거실을 원했는데, 액자 하나가 공간의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바꿀 줄은 몰랐다. 아마 다음에는 그냥 누가 골라준 걸 사지 않을까 싶다.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제가 고른 그림이 컴퓨터 화면만 보니까 예쁘게 보였는데, 실제 벽에 걸어놓으니까 어딘가 어색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