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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벽 하나 세우려다 고민만 석 달째 했던 기록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생각했다. 작은 의류 매장을 운영하면서 뒤쪽에 창고 공간이 훤히 보이는 게 마음에 걸려서 가벽 하나만 세우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판이 커졌다. 요즘 브랜딩 디자인이니 뭐니 해서 인테리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끝도 없이 나오는 예쁜 사진들 속에서 정작 내 가게에 맞는 실용적인 대안을 찾기가 너무 힘들더라.

견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처음 인테리어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을 때 들은 말은 비슷했다. 최소 비용으로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가벽 작업인데 생각보다 비용이 셌다. 베란다 확장이니 뭐니 하는 대규모 공사는 아니더라도 목공 작업에 페인트칠까지 하면 인건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더라. 솔직히 말해서 매출이 확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인다는 게 꽤 부담스러웠다. 주변에서는 전산응용건축제도나 CAD 자격증이라도 따서 직접 도면이라도 그려보라는데, 당장 내일 가게 문 여는 것도 바쁜 마당에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덩그러니 남은 빈 공간과 조명 문제

고민 끝에 결국 목공 대신 조금 저렴한 파티션형 가벽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설치하고 나니 이번에는 조명이 문제였다. 가벽 뒤쪽으로 빛이 잘 들지 않아서 창고가 마치 동굴처럼 어두컴컴해졌다. 낮에는 그럭저럭 버티는데 해만 지면 물건 찾기가 너무 불편해서 결국 따로 LED 바를 주문해서 붙였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설계 단계에서 전기 배선까지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냥 눈에 보이는 벽만 세우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DIY로 해결해보겠다고 덤빈 대가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마감

벽지는 직접 도배지를 사다가 붙였는데, 전문가들이 하는 솜씨랑은 역시 천지 차이다. 구석진 곳이 자꾸 들뜨고, 마감이 매끄럽지 않아서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간다. 손님들은 잘 모른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내가 보기엔 볼 때마다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도장 자격증 같은 건 없어도 대충 슥슥 칠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페인트가 뭉치고 마르는 과정에서 색이 얼룩덜룩해지는 걸 보니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인가 싶다.

다시 한다면 조금 다를까

사실 지금도 가벽 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노래방이나 실내 골프장이 있는 37억짜리 주택 인테리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일터만큼은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어설프게 공간만 나눈 곳’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전체적으로 다시 뜯어고칠까 싶다가도, 또 그 고생을 할 생각을 하면 지금은 그냥 이대로 지내는 게 속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끝맺음 없는 고민들

비용을 좀 더 들여서 깔끔하게 마감할걸 그랬나, 아니면 차라리 이동식 행거로 구역만 나눌 걸 그랬나. 가벽을 세우고 나서도 여전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쩌면 공간 인테리어라는 게 정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면서 계속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기도 하고. 오늘 퇴근길에도 가벽 너머의 어두운 구석을 보면서 조명을 좀 더 밝은 걸로 바꿀까 고민을 했다. 이런 고민이 언제쯤 끝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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