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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도급계약서만 믿고 진행하다 겪게 된 현실적인 건축 고민들

건축이나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면 ‘표준도급계약서’라는 단어를 마치 마법의 방패처럼 여기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저 역시 30대 중반, 처음 2층 상가주택 리모델링을 기획할 때만 해도 그랬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조항 하나하나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 굳게 믿었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겪어보니, 계약서는 그저 시작점일 뿐 현장의 변수까지 모두 막아주는 건 아니더군요.

제가 겪은 상황은 이렇습니다. 공사 시작 전, 부산의 한 건설 업체와 미팅하며 예산안을 짰습니다. 당시 대략 1억 5천에서 2억 원 사이의 예산을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최종 투입된 비용은 그보다 20%가 더 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기초 공사를 뜯어보니 도면과 달리 노후 배관이 꼬여 있었고, 이를 해결하는 데 추가 비용과 시간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에는 ‘현장 상황에 따른 유동적 비용’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있었고, 저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도 ‘설마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겠어?’라며 안일하게 대처했습니다. 이게 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겪는 첫 번째 실수입니다. 변수를 계산하지 않고 계약서 숫자에만 의존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건축사사무소나 인천, 대전, 광주 등 지역 기반의 건설회사를 고를 때도 고민이 깊어집니다. 규모가 큰 건설회사는 아무래도 체계적이지만, 소규모 상가주택 건에는 우선순위가 밀리기 일쑤입니다. 숙련공들이 대형 현장으로 우선 배정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집 공사는 초보 기사가 맡게 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집니다. 공기 지연은 기본이고, 마감 품질이 기대보다 훨씬 떨어져서 다시 뜯어내는 상황도 겪어봤습니다. 정작 공사가 잘못되었을 때 계약서상의 지체상금 조항을 들이밀어도, 업체 측에서 ‘자재 수급 문제’를 이유로 들면 법적 대응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피로하고 소모적이라 결국 합의하고 마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결국 인테리어나 건축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70%, ‘계약서가 어떠하냐’가 30%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합니다. 비용을 아끼려 직영 공사를 선택하면 관리가 안 되고, 설계사무소나 종합건설사를 끼면 비용이 껑충 뜁니다. 이 중간 지점에서 적정한 타협점을 찾는 게 정말 어렵더군요. 심지어 저는 계약 단계에서 믿음을 주었던 실장님이 공사 중간에 퇴사하는 바람에, 의사소통 체계가 완전히 붕괴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라는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물론 모든 공사가 망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완벽한 결과물’은 현실에서 잘 나오지 않습니다. 90% 정도만 만족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는 이롭습니다. 꼼꼼히 챙긴다고 챙겨도, 막상 벽지를 바르고 나면 콘센트 위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거나, 기대했던 조명 색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게 과연 실패일까요? 아니면 현실일까요?

이 글은 꼼꼼하게 따져보고 싶어 하는 건축주나, 처음 상가주택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가이드가 될 수 있겠지만, 이미 업체와 계약을 마쳤거나 무조건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특히 건축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음에 제가 다시 공사를 하게 된다면, 저는 계약서의 조항보다는 현장 소장님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평소 작업 방식을 확인하는 데 더 시간을 쏟을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계획 중인 건물의 도면을 들고 인근의 작은 공사 현장을 찾아가 그들이 작업하는 태도를 관찰해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계약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줄 테니까요.

“표준도급계약서만 믿고 진행하다 겪게 된 현실적인 건축 고민들”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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