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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상가 계약하고 나서 겪은 당혹스러운 일들

어쩌다 덜컥 계약해버린 15평 상가

지나가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상가를 덜컥 계약했다. 사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이전 세입자가 나가고 텅 빈 공간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더라. 물론 그게 현실적인 그림이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50만 원이라는 조건이 당시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중심 상권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오히려 골목 안쪽이라 조용한 맛이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계약서를 쓰고 나니 텅 빈 공간의 썰렁함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예전에 이곳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바닥에 남은 끈적한 본드 자국과 벽면 여기저기 박혀있는 못 자국들이 나를 반겼다. 인테리어를 예쁘게 할 생각에 들떴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당장 이걸 어떻게 치워야 하나 하는 고민이 앞섰다.

철거 업체 견적 받아보고 든 생각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철거였다. ‘철거비용’이라는 게 그냥 쓰레기 치우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차원이 달랐다. 최소 2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 부르는 곳들도 있었다. 27평 학원 철거가 보통 얼마 정도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은 있는데, 15평인 내 가게는 대체 얼마나 나올지 감도 안 잡혔다. 결국 세 군데 정도 불러서 견적을 받았는데, 가격 차이가 꽤 났다. 싼 곳은 180만 원, 비싼 곳은 300만 원까지 불렀다. 단순히 폐기물 처리 비용뿐만 아니라, 천장 텍스나 칸막이 벽체 철거 여부에 따라 인건비가 확확 달라진다고 했다. 결국 중간 정도 가격인 곳과 계약했는데, 철거 당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현장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벽을 부수기 시작하니 ‘아, 내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인테리어는 예상보다 길어지는가

공사는 3주 정도면 끝날 줄 알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오픈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특히 전기 배선 작업이 문제였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는데, 막상 뜯어보니 전압이 부족해서 승압 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전 서류 접수하고 실제 전기 용량 늘리는 데만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인테리어 업자분은 담담하게 ‘상가 인테리어가 다 그렇죠’라고 하시는데, 내 속은 타들어 갔다. 매일 아침 현장에 들러서 바닥 타일 색깔을 고르고, 조명 위치를 수정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편안한 분위기’는 어디 가고, 점점 예산만 깎아먹는 상황이 반복됐다. 주변에서는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이미 돈을 쏟아붓고 나니 그만둘 수도 없었다.

결국 끝은 오더라

어찌어찌 공사는 마무리됐다. 결과물은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것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사람이 머물 공간이 된 것 같아서 안도했다. 위글위글 팝업스토어나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공간들처럼 꾸미고 싶었지만, 현실은 좁은 공간에 수납을 최대한 밀어 넣는 데 급급했다. 인근 대형 마트와 병원이 가까운 덕분에 오가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막상 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아직 적다. 가끔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걸 보면서 ‘저 사람들 중 누구라도 들어와서 커피 한 잔 사 마시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상업 시설이 밀집된 곳과는 확실히 흐름이 다르다. 매출을 올리려면 어떤 콘텐츠를 채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내 공간으로 남겨두고 느긋하게 운영해야 할지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쩌면 답을 안 내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남겨진 의문들

철거하고 인테리어 새로 하는 동안 참 많이도 고민했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주변에서는 요즘 상권이 이동한다는 둥, 복합 공간이 대세라는 둥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내 가게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매일매일이 똑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부분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조명 하나를 더 달았고, 입구에 작은 화분도 하나 가져다 놓았다. 이게 사업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어쩌겠나. 앞으로 또 어떤 뜻밖의 상황이 닥칠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월세 날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건지,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지만, 어쩌면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의 무게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글쎄, 아마 다시는 이런 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또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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