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검암역 인근의 낡은 상가를 선택한 이유
처음에는 송도나 청라 쪽에 있는 깔끔한 공유오피스를 알아봤었다. 매달 일정한 금액만 내면 청소도 해주고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으니까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다닥다닥 붙어있는 유리방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게 왠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만의 작은 작업실 겸 사무실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결국 검암역 근처의 오래된 상가 건물 3층에 나온 10평짜리 빈 공간을 계약해 버렸다. 보증금도 적당했고 월세도 65만 원 정도로 생각했던 예산 범위 안이라 이때까지만 해도 아주 신이 나 있었다. 굳이 인테리어 업체를 부르지 않고 셀프로 조금만 손을 보면 예쁜 공간이 나올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업공간 인테리어가 주거공간 셀프 인테리어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던 무지함에서 나온 용기였다.
며칠 동안 바닥 타일과 씨름하며 깨달은 상업공간 철거의 고단함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바닥이었다. 이전 세입자가 붙여놓은 진한 회색의 데코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충 뜯어내고 밝은 톤의 에폭시나 다른 타일을 깔면 되겠지 싶었는데, 바닥 타일을 떼어내는 작업부터가 지옥의 시작이었다. 타일 전용 스크래퍼를 철물점에서 사 와서 바닥을 긁기 시작했는데, 오래된 접착제가 딱딱하게 굳어 있어 힘을 아무리 줘도 타일이 조각나며 뜯어질 뿐이었다. 날씨는 더운데 먼지는 사방으로 날리고, 꼬박 나흘 동안 온몸에 근육통을 앓아가며 바닥만 긁어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타일 철거는 전용 기계를 대여하거나 사람을 부르는 게 훨씬 저렴하고 몸이 덜 상하는 길이었다. 겨우 바닥을 다 뜯어내고 나니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벽면 페인트칠에서 마주한 셀프 시공의 한계와 얼룩진 마감
벽은 그냥 깔끔하게 흰색 친환경 페인트로 칠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페인트 3통과 롤러, 마스킹 테이프 같은 도구들을 주문하는 데 12만 원 정도 들었다. 상가 벽면이 석고보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페인트가 제대로 칠해지지 않았다. 롤러로 아무리 문질러도 미세한 홈 사이사이에 페인트가 묻지 않아 붓으로 일일이 메워야 했다. 한 번만 칠해서는 원래 벽의 얼룩덜룩한 느낌이 다 비쳐서 결국 세 번을 덧칠해야 했다. 다 칠하고 나니 멀리서 보면 그럴듯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면 페인트 눈물이 흘러내린 자국과 롤러 결이 그대로 남아있어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왜 사람들이 상업공간 인테리어를 할 때 비싼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도장을 맡기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전기 작업의 위험성과 결국 전문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조명 설치
상가 기본 조명은 칙칙한 형광등이었다. 작업실 분위기를 내려면 레일 조명이나 은은한 전구색 다운라이트가 필요할 것 같았다. 직접 유튜브를 찾아보며 차단기를 내리고 선을 연결해 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천장 텍스를 뜯어보니 얽히고설킨 전선들이 가득했고, 어떤 선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합선이 나거나 건물 전체 전기에 문제가 생길까 봐 겁이 덜컥 났다. 결국 동네 전업사에 연락해 출장 서비스를 요청했다. 기사님이 오셔서 서너 시간 만에 레일 배선과 스위치 작업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셨는데, 이때 출장비와 작업 비용으로 35만 원이 지출됐다. 돈을 아끼려고 셀프로 시작한 일인데 하나씩 포기하고 전문가를 부를 때마다 지출이 늘어나 마음이 찹찹했다.
청소 로봇의 한계와 매일같이 쌓이는 상가 특유의 미세한 먼지
모든 작업이 대강 끝나고 가구들을 배치한 뒤, 집에서 쓰던 청소 로봇을 가져다 놓았다. 사무실 공간이 그리 넓지 않으니 로봇청소기를 돌려놓으면 매일 아침 깨끗한 상태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상가 건물은 일반 가정집과 먼지의 차원이 달랐다. 복도에서 사람들이 오가며 들어오는 흙먼지와 천장 텍스 사이에서 떨어지는 미세한 석고 가루 때문에 로봇청소기의 필터가 하루 만에 꽉 막혀버렸다. 게다가 상가 바닥의 미세한 문턱이나 전선 쫄대에 걸려 로봇이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돌고 있는 일이 허다했다. 결국 아침마다 출근해서 빗자루와 밀대를 들고 직접 먼지를 쓸고 닦는 아날로그식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뺏는다는 뉴스를 봤었는데, 적어도 내 낡은 사무실에서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완성과 미완성 그 어디쯤에서 계속되는 조금은 삐딱한 공간 생활
이렇게 해서 계약 후 거의 3주라는 시간과 약 400만 원 가까운 초기 비용을 들여서 나만의 상업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내가 처음 꿈꿨던 핀터레스트 속 감성적인 스튜디오와는 거리가 멀다. 구석진 벽면은 여전히 페인트가 번져 있고, 바닥은 에폭시 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밟을 때마다 미세한 시멘트 가루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그냥 공유오피스에 입주했더라면 이런 스트레스 없이 매달 월세만 내고 쾌적하게 일만 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불쑥불쑥 솟구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1년 계약은 묶여 있고 내 손때가 묻은 공간이라 싫으면서도 애착이 가는 묘한 감정이 든다. 당분간은 이 엉성하고 불편한 공간에서 어떻게든 적응해 나가며 버텨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벽 페인트 생각보다 진짜 꼼꼼하게 칠해야 하는군요. 붓으로 메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세 번이나 덧칠해야 하다니.
바닥 긁는 거 진짜 고생하셨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벽면 페인트칠 때문에 셀프 시공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네요. 저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전문가를 찾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