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해외파 거장보다 우리 땅을 잘 아는 한국건축가 선택이 중요한 이유

이름값만 쫓다 낭패 보는 한국건축가 섭외의 현실

최근 퐁피두센터 한화의 리모델링 설계자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나 안도 타다오의 뮤지엄 산 같은 공간들이 화제가 되면서 일반인들의 건축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1만 1,000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우리가 흔히 접하는 꼬마빌딩이나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시장으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름이 알려진 해외파 거장만 찾다가 정작 한국의 까다로운 주차장법이나 일조권 사선 제한을 몰라 허가조차 못 받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설계비 아껴서 공사비에 보태면 안 되냐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한국의 지형과 법규,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 특유의 주거 및 상업 문화를 이해하는 한국건축가 없이 진행하는 공사는 기초 공사 없는 집짓기와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예쁜 건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땅의 가치를 법적으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게 건축가의 진짜 실력이다.

유명 건축사무소와 로컬 설계소 중 어디를 선택할까

대형 건축사사무소와 동네의 작은 로컬 설계소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시스템과 소통의 밀도에서 발생한다. 대형 사무소는 리스크 관리가 철저하고 세련된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하지만, 수억 원 단위의 설계비를 지불하지 않는 이상 담당 실무자가 자주 바뀌거나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로컬 설계소는 건축주가 원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현장에 자주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하다.

어떤 쪽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본인이 소유한 건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짓는다면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유리하겠지만, 수익률이 중요한 다가구 주택이나 용도변경이 포함된 리모델링이라면 현장 대응력이 빠른 한국건축가 개인이 운영하는 사무소가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차이는 대략 평당 2배에서 3배까지도 벌어지곤 한다.

한국건축가와 함께하는 리모델링 설계의 5단계 과정

건축가와 계약을 맺고 건물이 완성되기까지는 크게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 번째는 기획 설계 단계로, 해당 부지의 법적 제한을 검토하고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배치도를 그리는 시기다. 이때 주차 대수나 건폐율, 용적률이 확정되므로 가장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계획 설계로 건물의 형태와 입면 디자인을 결정한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실시 설계 단계인데, 실제 시공에 필요한 상세 도면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네 번째는 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인허가 단계이며, 마지막 다섯 번째가 바로 감리 단계다. 이 다섯 단계를 충실히 거치지 않고 중간에 과정을 생략하면 나중에 준공 검사 때 건축물대장과 실제 건물이 달라 벌금을 물거나 원상복구 명령을 받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설계비용 평당 30만 원과 100만 원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시장 조사를 해보면 설계비가 천차만별이라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떤 곳은 평당 30만 원을 부르고 어떤 곳은 100만 원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서 30만 원짜리 설계는 사실상 인허가용 도면만 그려주는 소위 허가방일 확률이 높다. 이런 도면을 들고 공사 현장에 가면 현장 소장 마음대로 자재가 바뀌고 디테일은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한국건축가라면 평당 80만 원에서 120만 원 사이의 비용을 청구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 비용 안에는 구조 검토, 전기 및 기계 설비 설계, 그리고 수십 장에 달하는 상세 상세도가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종이 몇 장 값이라고 생각하면 비싸 보이지만, 공사 중에 설계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재시공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장 저렴한 보험료라고 보는 게 맞다.

실무자가 전하는 계약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독소 조항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는 반드시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감리 비용이 설계비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다. 별도라면 나중에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둘째, 디자인 수정 횟수의 제한이다. 대개 3회 정도를 기본으로 주지만, 이를 명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정할 때마다 추가 비용을 요구받을 수 있다. 셋째, 인허가 실패 시의 책임 소재다. 건축가의 과실로 허가가 나지 않았을 때 계약금을 어떻게 반환받을지 명시해야 한다.

많은 건축주가 건축가를 예술가로만 대우하느라 이런 실무적인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축은 예술이기 이전에 엄연한 비즈니스다. 특히 한국처럼 민원 제기가 많고 법규가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서는 계약서 한 줄이 수억 원의 자산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무뚝뚝해 보여도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한국건축가가 오히려 나중에 뒤탈이 없는 편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본 한국건축가 시장의 명과 암

한국의 건축 시장은 디자인 역량 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설계비를 아까워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유능한 한국건축가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테리어 업체의 하청 수준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결국 부실 공사와 획일화된 도시 미관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 글이 도움이 될 독자는 노후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고민 중이거나, 나만의 취향이 담긴 상업 공간을 만들고 싶은 예비 건물주들이다. 당장 화려한 포트폴리오만 보지 말고, 본인이 가려는 지역에서 인허가를 많이 따본 경험이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보길 권한다.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에서 해당 건축사의 징계 여부나 경력을 조회해보는 것이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때로는 거창한 담론을 늘어놓는 사람보다 하수도 배관 위치를 고민해주는 건축가가 당신의 돈을 벌어다 준다.

“해외파 거장보다 우리 땅을 잘 아는 한국건축가 선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